최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장미아파트 등 노후 공동주택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서울 아파트 단지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스프링클러 설비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립·다세대를 제외한 서울의 아파트와 주상복합 4067개 단지 중 무려 46.1%인 1874개 단지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역에만 설비가 갖춰진 단지를 합쳐도 전체 설치율은 53.9%에 그쳐, 여전히 절반 이상의 단지가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강서구는 전체 아파트 단지의 70.4%가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노원구와 양천구, 도봉구, 강남구 순으로 미설치 단지가 많았다. 특히 가구 수 기준으로는 노원구가 12만 여 가구에 달하는 노후 단지가 스프링클러 없이 운영되고 있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 이들 지역에는 소방법상 의무 규정이 생기기 전인 1990년대 이전에 착공된 노후 대단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16층 이상 고층 아파트를 시작으로 2005년 11층 이상, 2018년에는 6층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되었으나, 기존 노후 단지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법적 공백이 발생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주요 화재 사고들을 살펴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이 더 선명해진다. 지난 2월 24일 4명의 사상자를 낸 은마아파트와 3월 23일 70여 명이 대피했던 장미아파트는 모두 1979년 준공된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전혀 없었다. 또한 3월 31일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방화 추정 화재로 1명이 숨진 사고 역시 1987년 사용 승인을 받은 노후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이상식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며, 단순히 권고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과 규제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의무화 이전 지어진 단지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설비 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의 노후 아파트 안전망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