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9단독 김기호 판사는 시신에서 금목걸이를 훔친 검시관에게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사망자가 생전에 착용하던 물건이 사후에 누구의 점유에 속하는지에 대한 오랜 법리적 논쟁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망하면 생전의 점유가 소멸하여 시신과 그 위에 있는 물건은 무주물이 되거나 상속인의 점유로 넘어가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으나, 이번 판결은 사건의 맥락에 따라 점유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의 전개를 면밀히 따져보았다. 해당 사건에서 사망자의 시신은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검시관에게 이관되었다. 이 시점에 시신과 그 위에 착용된 금목걸이는 단순한 무주물이 아니라, 경찰의 사건 수사를 위한 통제 하에 있는 상태였다. 즉, 경찰이 사건 현장의 물건을 관리하고 있는 동안 검시관이 이를 시신에서 분리해 가져간 행위는 타인, 즉 경찰의 점유를 깨뜨리는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만약 경찰의 통제가 없는 상태에서 시신이 방치되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으나, 현장이 공식적으로 통제된 상황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이러한 판단은 형사법상 절도죄의 구성 요건인 ‘타인의 점유’ 개념을 확장 해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종래에는 사망 직후 시신에 붙어 있는 물건은 점유가 소멸된 것으로 보아 절도죄보다는 유실물법이나 상속 관련 규정을 적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물건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검시관의 행위가 단순한 소지품 반출이 아닌 점유 침해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검시관이라는 특수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게도 일반적인 절도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시신에 부착된 보석류나 고가품의 소유권 및 점유 관계를 판단할 때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검 과정에서 시신에서 분리된 물건이 검시관이나 병원 관계자에게 반출될 경우, 그 시점에 사건 현장이 누구의 통제 하에 있었는지가 형사 책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단순한 절차적 반출과 범죄적 절도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수사 기관과 검시관 사이의 업무 경계와 책임 소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