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 혁신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상황에서, 포드 같은 미국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관망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포드 최고경영자 짐 파슬리는 직접 중국을 방문하고 현지 차량을 시승하며 중국 산업의 압도적인 성장세를 목격했고, 이를 통해 느끼는 경외감이 곧 회사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포드는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존 조직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실험을 시작했다.
포드가 최근 공개한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EV 디자인 센터’는 마치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문화를 가진 비밀 실험실, 일명 스컹크웍스 시설이다. 이곳은 전기차 설계와 개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곳에 모아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포드는 이곳에 기존 사내에서 스타트업 문화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선별해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스타트업 출신의 전문가들까지 대거 영입하며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켰다. 롱비치가 선택된 이유는 항공우주 산업이 밀집해 있어 고급 기술 인력과 제조 역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설에서 개발 중인 핵심 과제는 바로 ‘포드 유니버설 전기차 플랫폼’이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생산을 위해 50 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자금의 핵심은 바로 이 범용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며, 그 첫 번째 모델로 3 만 달러 수준의 중형 픽업트럭이 2027 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루이빌 공장의 생산 라인이 이미 이 차종을 위해 준비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포드는 단순한 시제품 개발을 넘어 실제 양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포드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 전략을 의미한다.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기존 대형 완성차 업체들이 가진 조직의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하고,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2027 년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혹은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향후 몇 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포드가 비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과연 시장의 판도를 다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