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 지휘관의 판단과 명령이 모든 무기의 움직임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전황을 분석하고 무인 플랫폼들을 조율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현대로템이 미국 방산 기술 기업인 안두릴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본격화한 유무인복합 지휘통제체계 구축은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은 단순한 두 기업의 손잡기를 넘어, 미래 전장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안두릴이 개발한 AI 운영체계인 ‘래티스’를 현대로템의 지상 무기 플랫폼에 접목하는 데 있습니다. 래티스는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적을 실시간 추적하고 전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는 두뇌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과 다족보행 로봇 같은 무인 플랫폼에 이 기술을 적용하여, 인간 지휘관과 AI가 팀을 이루어 임무를 수행하는 MUM-T 작전 체계를 완성해 나갑니다. 이는 전차, 무인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하나의 집단처럼 움직이며 군집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도약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동형 대드론 관제 시스템의 추진입니다. 안두릴의 정찰용 드론이 공중에서 적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이를 차륜형 장갑차 같은 기동 무기체계가 분석하여 지휘관의 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정찰용 고스트 드론과 요격용 앤빌 드론을 운용하는 안두릴의 기술력과 현대로템의 지상 무기 체계가 결합되면서, 전장에서의 작전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의 확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AI가 무기 체계의 성능을 결정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의미합니다.
방산 시장의 판도가 전통적인 제조 중심에서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형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대로템과 안두릴의 협력은 양사가 가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시간 위협 식별과 방공 솔루션 등 협력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발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장은 더 이상 인간의 감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와 복잡성을 가지게 될 텐데, 이때 AI가 지휘관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면 전술의 유연성과 생존력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이 변화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그리고 한국 방산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