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르시아만 한복판에서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 서쪽 해상에 원유가 대량으로 떠다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히 파이프라인 손상이나 사고로 치부하기엔 유출 면적이 50여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이는 저장 시설이 물리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이 유출 현상이 미국의 지속적인 해상 봉쇄로 인해 이란 내부의 원유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란이 어쩔 수 없이 해상으로 원유를 방류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르그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80~90%를 담당하는 국가 에너지의 생명줄이자, 하루 130만 배럴에서 330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가 전 세계로 향하는 관문이다. 이곳의 기능이 마비될 경우 이란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공급망의 약 4.5%가 차단되는 격변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역봉쇄로 인해 정상적인 유조선 선적이 어렵자, 해상 유조선이나 노후 선박을 떠다니는 저장고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방편도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해상에 원유를 방류하거나 공해 상에서 환적하며 덤핑 판매를 시도하는 등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석유 당국의 대응은 단순한 환경 오염 문제를 넘어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장 탱크의 손상을 막기 위해 생산성이 낮고 매장량이 부족한 유전을 우선적으로 폐쇄하여 하르그 섬으로 운송되는 원유 양 자체를 줄이는 ‘생산 조절’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출을 막고 시설을 보호하려는 의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수출 능력을 위축시키고 국제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란이 자스크 등 대체 항구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하르그 섬의 용량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 시장 심리는 더욱 예민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르그 섬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시장은 유가 배럴당 110~120 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물류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선박 보험료의 폭등과 함께 수입 물품 가격에도 숨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어, 단순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이슈를 넘어 우리 실생활의 물가 안정과 직결된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이란이 유전 폐쇄를 얼마나 확대할지, 그리고 미국이 해상 봉쇄 강도를 어떻게 조절할지에 따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