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한국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고 원유 수급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이번 위기는 단순한 공급 차원을 넘어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 강국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제 수소 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성장동력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수소 밸류체인, 특히 저장과 운송을 담당하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역할이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이노밸리 산업단지에서 활동 중인 덕산에테르씨티는 바로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수소 밸류체인은 생산부터 저장, 운송, 충전, 활용까지 이어지는데, 수소가 고압 가스라는 특성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저장 및 운송 기술이 성패를 가른다. 덕산에테르씨티는 전국의 수소 운송용 튜브트레일러와 충전소용 저장 용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타입1 용기 시장을 장악했다. 금속으로만 구성된 타입1 용기는 내구성이 뛰어나 대량 수송에 적합하며, 이 회사의 제품은 내면 처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아 소부장 으뜸 기업과 수소 전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전략은 기존 저장용기를 넘어 모빌리티 시장으로의 확장에 맞춰져 있다. 수소 버스나 트램, 그리고 수소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무게가 가볍고 고압에 유연한 타입4 용기가 필수적이다. 덕산에테르씨티는 국산 탄소섬유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100메가파스칼의 초고압을 견딜 수 있는 타입4 용기 기술을 완성했다. 이는 수소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수소차 시장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수소 산업이 단순한 에너지 대체재를 넘어 모빌리티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덕산에테르씨티의 기술력은 중요한 지표가 된다. 국산 소재를 활용한 독자적인 와인딩 기술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이 회사는 이제 수소차 상용화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향후 수소차 보급 확대 속도가 빨라질수록 고압 저장 용기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한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중동 위기가 가져온 에너지 전환의 파도는 이제 구체적인 제품과 기술 경쟁으로 이어지며, 한국 수소 생태계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