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소차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부해 온 안방에서 강력한 외부 변수를 맞이했다. 과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주도권을 장악했던 과정이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리파이어의 국내 수소버스 시장 진입은 단순한 부품 공급망의 확장을 넘어, 한국이 독점해 온 수직계열화 구조에 균열을 내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 현대차가 제작과 공급을 모두 담당하던 폐쇄적 생태계가 개방형 시스템 통합 시대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다.
중국산 부품의 공세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가 현대차나 토요타의 차세대 제품과 대등하거나 상용화 속도에서 앞서 있다는 점에 있다. 리파이어가 탑재한 120kW 급 스택을 적용한 대형 수소버스는 1회 충전 시 750km 이상의 주행 거리를 구현하며 국내 상용차의 성능 기준을 한 단계 높였다. 중국 정부가 수만 대의 상용차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적한 필드 데이터가 기술 고도화로 이어진 결과로, 이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선 기술적 도약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버스 제조 전문 기업들이 일본 토요타에 이어 중국 리파이어를 파트너로 선택하며 현대차 중심의 독점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가 부품사에 종속되지 않고 실리에 따라 부품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제조사 중심의 주도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수소버스 도입에 투입되는 막대한 국고 및 지방비 보조금이 중국 부품 업체의 기술 개발과 시장 장악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 당시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을 둘러싼 논란이 수소차 시장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향후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기업들이 이 격차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이다. 중국은 2040 년 수소차 400 만 대 보급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판로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한국은 그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부품사들이 차세대 스택의 조기 양산과 핵심 소재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배터리 시장에서 겪었던 실책을 수소 경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술적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안방 챔피언의 지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경고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싸움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존립을 건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