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을 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최근 공개적으로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에 대해 이견을 표명해 주목받고 있다. 20여 년 전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하며 금융 시장을 바꾼 인물인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설적인 투자자의 최근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배 대표는 버핏이 제조업 시대에는 탁월한 성과를 냈으나, 2000 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완전히 재편한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0 년 이후 버핏이 고수한 전통 제조업 중심 포트폴리오는 나스닥 100 지수나 S&P500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배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범용 기술의 등장은 주식 시장에서 부를 창출하는 결정적인 기회다. 그는 2000 년대 초반의 인터넷 붐에 이어 2~3 년 전부터 본격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두 번째 거대한 부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았다. 이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다음 번 큰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변동성보다는 기술의 파장을 읽어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적으로도 1996 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주식 시장을 비이성적 과열로 규정했지만, 이후 나스닥은 3 배 이상 상승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가 8000 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시장이 과도한 기대감으로 뜨거워진 ‘도파민 증시’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도 배 대표는 조급함을 버리고 미래를 내다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주가판의 등락에만 매몰되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 효과로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원리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관련 투자의 경우, 최근 주가를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공급 부족이 언제 과잉 사이클로 반전할지 알 수 없으므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유틸리티 등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픽 앤 쇼벨’ 기업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 대표는 이미 AI 관련 ETF 에 투자한 상태이며, 향후 10 년 이상의 긴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시점이 가장 저렴한 진입점이라고 판단해 추가 매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인 거품 논쟁에 휘둘리기보다 새로운 기술 혁명에 올라타는 것이 주식 시장을 단순한 도박장이 아닌 부의 원천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시장의 과열 양상이 분명해 보이는 지금, 투자자들은 단기 상투를 걱정하기보다 떠오르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그의 글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