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정책이 예상치 못한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으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 데이터는 그 반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분석 결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전통시장 매출에 부정적 영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구와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오히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동반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같은 반전 효과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주말에 대형마트가 휴무하면 대형 쇼핑 수요가 전통시장으로 완전히 이동했으나, 이제는 평일에 마트가 문을 닫는 동안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요를 분산시키는 경향이 강해졌다. 쿠팡을 비롯한 대형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이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면서, 주말에는 오프라인 상권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즉, 대형마트의 휴무일이 소비자의 오프라인 방문을 막는 장벽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유연한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역별 편차도 주목할 만하다. 대구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거점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경쟁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상생하는 구조로 변모했다. 이는 소비자가 특정 매장에만 의존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다채널 소비가 정착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평일 휴무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온라인 쇼핑 수요가 흡수하는 과정에서, 주말에는 오히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모두 방문하는 복합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이번 정책 변화는 유통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히 휴무일을 옮기는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양식과 유통 채널 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앞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서로를 배제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새로운 상생 모델을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유통 정책의 방향이 단순한 규제 완화나 강제 조정을 넘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읽어내는 유연한 접근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