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세율이 낮은 나라를 찾아 투자처를 물색하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 KPMG 글로벌 세무자문총괄 데이비드 링케는 글로벌 최저한세가 전면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단순히 세율 경쟁을 벌이던 구도에서 벗어나 제도의 신뢰성을 겨루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얼마나 적게 내느냐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세제 시스템이 얼마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가에 따라 투자 결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주요 기업들의 유럽 진출 사례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거라면 낮은 법인세율을 앞세운 국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겠지만, 최근에는 세제 혜택보다는 공급망의 안정성과 현지 규제 환경이 투자지 선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의 생산 거점을 마련할 때 기업들은 단순한 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규제 준수 비용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M&A 타깃을 선정할 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자산 가격이 저렴하거나 세제 혜택이 큰 기업을 찾는 것보다,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그리고 현지 법규와의 충돌 가능성이 적은지를 면밀히 따지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 이는 글로벌 최저한세로 인해 각국 간 세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세제 차이로 인한 이득이 예전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제 해외 투자 시 ‘싼 세금을 찾는 게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찾는 게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단기적인 세액 감면 효과에 매몰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이 기업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계산하는 새로운 투자 철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