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가 일상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이제 막 시작된 배터리 수명 주기의 끝이 곧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국가 전략자원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그동안은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그 안에 남은 가치가 어떻게 활용될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웠다면, 이제는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갖춰지면서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셈입니다.
이 법안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급증할 사용후 배터리의 양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2023년 2,300여 개 수준이던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이 2030년에는 10만 개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날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환경 부담은 커지고, 그 안에 숨겨진 희귀 금속 같은 핵심 자원도 낭비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배터리를 탈거하기 전 성능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유통 전후에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 관리 체계를 먼저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배터리가 태어나서 사용되고 다시 재생되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됩니다. 제조 단계부터 사용 후까지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공공 플랫폼에서 관리하고 거래까지 지원하게 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EU 배터리법처럼 해외에서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를 미리 선제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 환경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데, 그 사이에는 하위 법령을 구체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재생 원료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함유율 목표제를 도입하고, 사용후 배터리가 탑재된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권고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함께 추진됩니다. 이제 배터리 한 개 한 개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자원으로 순환되는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데, 앞으로 어떤 기술이 개발되고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