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재난 안전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이동형 재난통신 차량 기술’의 국제 표준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제안한 이 기술이 아시아·태평양 전기통신협력기구(APT) 산하 무선통신그룹(AWG) 회의에서 최종 결정되어 지역 국제표준에 반영되었다. 이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인정을 넘어, 실제 재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통신 간섭 문제를 해결한 실용적 가치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PS-LTE, LTE-R, LTE-M 등 다양한 통신망이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서 전파 간섭으로 통신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상존해 왔다. 특히 지진이나 화재, 홍수처럼 기지국이 마비된 상황에서 이동형 차량이 투입될 때 이러한 간섭은 구조 활동의 발목을 잡는 주요 변수였다. 한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전파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 선정 기술과 위성을 활용한 통신망 연계 기술을 제안했다. 아태 지역 38 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에서 해당 기술의 실효성이 검증되면서 표준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관계자는 이번 표준 개정을 통해 한국의 재난통신 기술과 운영 경험이 아태 지역과 공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지역 전반의 재난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표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향후 해당 지역 내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기술을 도입할 때 한국의 방식을 기준으로 삼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넘어 표준을 주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표준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국가의 통신 환경이 즉시 균일해지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주파수 할당 현황이나 인프라 수준에 따라 적용 속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술적 기준과 운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으므로, 향후 재난 발생 시 국제적인 공조 체계가 더 원활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이 제안한 이 표준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다른 국가들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