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 년 헨리 베서머가 고품질 철강 대량 생산법을 발명했을 당시 세상은 기술 그 자체에 열광했으나, 역사를真正하게 바꾼 결정적 순간은 발명이 아닌 그 기술의 광범위한 확산에서 찾아졌다. 앤드루 카네기가 철강을 활용해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며 산업의 혈맥을 뚫었을 때 비로소 인류는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기술이 공기를 마시듯 보편화될 때 비로소 문명이 완성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이 펴낸 신간 ‘AI 네이티브 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확산’의 관점에서 재정의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제목이 암시하듯 ‘AI 네이티브’다.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잘 아는 전문가의 상태를 뜻하는 것을 넘어, 전 국민이 AI 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사용하며 사회 전반의 작동 방식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를 의미한다. 저자들은 AI 를 특정 산업의 전유물로 한정 짓는 순간 한국의 경쟁력은 시작도 하기 전에 길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경쟁의 척도는 누가 더 정교한 모델을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깊게 그 기술을 활용하느냐로 이동했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추상적인 담론을 철저하게 현장과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1 부에서 묘사되는 AI 는 차가운 공학적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주기를 동반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난임 부부의 배아 선별부터 아이의 수면을 돕는 시스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으로 학습을 지원하는 튜터, 그리고 사후에도 데이터로 남는 추모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 이후까지를 촘촘히 연결한다. 전북 정읍의 양돈 농가나 참치 가공 공장에서 AI 가 실제 생산성을 높인 사례들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신기루가 아닌, 당장 손에 잡히는 실용적인 도구임을 입증한다.
기술 낙관주의에만 매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도 돋보인다. 2 부와 3 부에서는 AI 가 불러올 노동 질서의 혼란, 윤리적 그늘, 그리고 글로벌 패권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이 AI 를 국가 인프라로 삼아 산업 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가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의 강점과 연산 자원 부족이라는 약점을 SWOT 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책의 백미는 5 부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다. 모든 시민에게 AI 이용권을 부여하는 ‘AI 네이티브 카드’ 제도, 기술 소외 계층을 돕는 ‘인공지능사’ 제도, 그리고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AI 국무위원’을 배석시키자는 제안은 파격적이면서도 실천적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을 사회적 유전자로 체득하려는 국가적 의지와 실행력이다. 전문가의 영역에 갇혀 있던 AI 를 시민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당위가 차분하면서도 묵직하게 설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