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차세대 지상 전력으로 주목받던 다목적 무인 차량 사업이 약 2 년간 표류한 끝에 기술적 경쟁력보다는 평가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논란을 남긴 채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감시와 정찰, 물자 수송부터 부상병 후송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이 사업은 육군의 미래 전력 체계인 아미 타이거 4.0 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초기 사업 규모는 500 억 원 수준으로 시작되었으나, 후속 물량을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수천 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방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은 당초 기대와 달리 기술력 중심의 경쟁보다는 평가 기준의 오락가락으로 인한 공정성 시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에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동일 조건에서의 실물 시험 결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심지어 평가의 명칭과 세부적인 방식까지 수차례 수정되면서, 참여 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규칙 변화에 대응하느라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 방산 기업 관계자는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기술 경쟁은 사라지고 감정 싸움만 남게 된다고 지적하며 사업의 방향성 혼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혼란은 시험 차량 반출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났다. 방사청은 시험 대상 차량과 실제 반출된 차량이 다르며 소프트웨어 검증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무인 차량처럼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은 체계에서 반출 기록과 검증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제안서 수치에 의존하다가 실물 시험으로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러한 불일치는 향후 유사한 무인 체계 도입 사업에 있어 평가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