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안정적인 대학교수직을 내려놓고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그는 이국의 단단한 나무와 평생 함께할 줄 몰랐다. 91세가 된 지금, 그는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깎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직으로 쌓아 올린 나무 조각들이 곧 자신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무 조각 1000점 정도를 완성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국 땅에서 시작된 그의 예술 여정은 단순한 조각 작업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나무에 새기는 치유와 성찰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방인으로 살며 겪은 고독과 도전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각기 다른 결을 가진 나무들은 그의 인생 여정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91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발한 작업 태도는 그가 여전히 예술가로서 열정을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한국으로의 귀환을 앞두고 있지만, 그날까지도 나무와 대화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