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낡은 한옥과 대비되는 낯선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봇 팔이 붓을 쥐고 방문객의 얼굴을 살피며 관상을 읽어주고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 ‘비나이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한국 전통 무속 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험 공간으로,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공간을 만든 주역은 실감 미디어 기업 엑스오비스와 김용민 대표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LG CNS에서 IT 개발자로 첫발을 디딘 김 대표는 2000년 3월 엑스오비스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실감 미디어나 체험형 전시는 대중에게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그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진화 가능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고정관념을 넘어서겠다는 의미의 접두어 ‘X’와 지구를 뜻하는 라틴어 ‘Orbis’를 조합한 사명처럼, 회사는 단순한 전시 제작을 넘어 디지털 기술로 사람의 감각을 깨우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엑스오비스의 사업 모델은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타사의 건물에 시스템을 설치해주는 디지털 인테리어 시공 형태에 가까웠으나, 이제는 직접 부지를 확보해 공간을 짓고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강원도 속초에 문을 연 실감 미디어 체험관 ‘뮤지엄엑스’와 ‘오아시스엑스 카페’가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곳에서는 20m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가상 그네를 타거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발밑에서 빛이 터지는 등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살아있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화가 로봇 팔 앞에는 초상화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며, 분홍빛으로 꾸며진 카페에서는 튀르키예 열기구 풍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SNS 에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 구조의 전환은 재무 지표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엑스오비스는 2023 년 연결 기준 매출액 299 억원에 영업손실 5 억원을 기록했으나, 자체 공간 운영 사업이 궤도에 오른 2024 년에는 매출 349 억원을 달성하며 영업이익 6 억원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뮤지엄엑스 입장권과 부대시설 판매 수익만으로도 약 20 억원의 현금을 창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지난해에는 상반기 대형 수주 계약 지연으로 매출 281 억원, 영업손실 8 억원을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부터는 인천공항 출입국장 미디어 파사드, 국립중앙박물관, 2025 APEC 정상회의장 등 500~1000 평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장 동력을 다시 확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