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던 지난달, 국내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30 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전쟁 수혜주로 꼽히던 원전 및 방산 섹터를 정리하며, 대신 반도체 대장주로 자금을 집중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증권이 자사 고액 고객들의 3 월 국내 주식 매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포트폴리오 재편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전쟁 발발 이전인 1 월과 2 월에 1, 2 위를 차지했던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순위가 바뀐 것이다. 1~2 월에는 현대차가 순매수 2 위를 기록했으나, 전쟁 국면이 시작된 3 월에는 현대차의 매수 규모가 급감해 상위 5 개 종목에서 제외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1~2 월에 1,560 억 원을 매수했던 수준을 유지하며 3 월 한 달 동안만 1,143 억 원을 추가로 사들였다. 여기에 삼성전자우까지 합치면 3 월 순매수 규모는 1,300 억 원을 넘어서며, 2 위인 SK 하이닉스의 3.5 배에 달하는 규모로 투자 심리가 반도체 섹터에 쏠렸음을 보여준다.
반면 전쟁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원전과 방산주는 차익 실현의 대상이 됐다. 3 월 순매도 1 위는 두산에너빌리티였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방산주와 한미반도체, LG 화학 등도 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주가 상승기에 기존 보유 물량을 정리하여 수익을 확정하려는 고액 투자자들의 전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시장 전체의 상승에 베팅하는 성향도 함께 확인됐다. 지난 1~2 월 순매도 1 위였던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레버리지가 3 월에는 순매수 3 위로 급부상했다. 또한 지난달 출시된 KoAct 코스닥액티브에도 1,390 억 원이 유입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은 순매도되며, 고액 자산가들이 전쟁 국면에서도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을 점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