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발견되는 약물운전 차량의 상당수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처방받는 약물을 복용한 상태라는 사실이 최근 통계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경찰에 적발된 약물운전자의 혈액에서 검출된 성분 중 무려 96%가 의료용으로 승인된 비마약성 약물이었으며, 대중의 인식과 달리 불법 마약류는 전체의 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빈번하게 검출된 단일 성분은 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졸피뎀이었다. 이는 수면 장애가 있는 운전자가 처방전을 받아 약을 복용한 후, 그 효과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차량을 운전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인들은 마약류라고 하면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불법 약물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합법적으로 구매된 약물이 훨씬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약물운전 단속의 기준이 단순히 마약성 여부를 가르는 것을 넘어, 일상적인 처방약의 부작용과 운전 적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졸피뎀을 포함한 수면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은 복용 후 졸음이나 반응 속도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운전 전 복용 시간과 개인별 대사 차이를 고려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용 비마약성 약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약물운전 문제를 다룰 때 불법 마약에 대한 경계심만큼이나 일상적인 처방약에 대한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