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사과는 흔히 혼동되지만 그 본질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문화평론가 말록 홈즈는 최근 기고를 통해 용서는 상대의 잘못을 품어주는 행위인 반면, 사과는 자신의 허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통찰은 1994 년 서울 모 대학의 강의실 풍경과 1960 년대 국민학교 시절 MBC 에서 방영된 외화 시리즈를 오가며 풀어냈다.
당시 채널 선택권이 없던 어린 시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드라마 속 킹스필드 교수와 학생들의 토론 장면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원두막 소년이 맨하탄 스카이라인을 꿈꾸듯, 저 장면 속에 나도 언젠가 함께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곤 했다. 그러나 강산이 변한 1994 년, 전공이었던 어문학 수업의 핵심은 필기에만 치중된 채 킹스필드 교수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긴 여정 끝에 신기루에 도착한 순례자처럼 가슴 속에 공허한 바람이 일었던 그 시절, 수컷사회에서는 싸움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님들의 자리에서도 격투 무용담은 흥미로운 화제였으며, 감동적인 과거 액션 스토리를 숨긴 무림고수들이 대학 교실에 입학한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을까. 애써 봉인했던 격투 설화가 유출되어 다른 과 여자 선배까지 알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무술 문화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회원용 무술인 마샬 아츠가 전쟁신 마르스의 기술에서 유래했듯, 품격 높은 클래식과 고전이 다르듯 용서와 사과 또한 서로 다른 차원의 행위로 해석된다. 말록 홈즈는 이러한 언어의 뉘앙스를 통해 과거의 교육 환경과 무술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대인의 관계 맺기를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