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세 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수요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변하고 있다. 서울 거주자들이 더 이상 서울 내 주택을 찾기보다 접근성이 개선된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며, 이는 단순한 일시적 이동을 넘어 지역 간 가격 격차와 투자 심리를 재편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 아파트 매수자 1만 3,576명 중 서울 거주자가 2,088명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탈서울 현상이 정점을 찍었던 2,725명 이후에도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경기권 이동 흐름은 꺾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은 명확한 패턴을 보인다.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준서울’ 지역으로 유입이 가장 활발하다. 올해 2월 기준 경기도 시군구별 아파트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을 살펴보면 구리시가 38.1%로 가장 높았으며, 하남시와 광명시, 성남시 수정구, 과천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생활권이 겹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서울 전세 시장의 부담을 피하면서도 직장 통근에 무리가 없는 최적의 대안지로 부상했다. 또한 비규제지역이면서 광역 교통망 연결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수도권 북부 지역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하철 8호선 연장인 별내선이 개통된 남양주시는 매수자의 25.3%가 서울 거주자였으며, GTX-A 개통 효과로 고양시와 파주시에서도 서울 출신 매수자 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의 이동은 지역별 매매 가격 상승률로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6개 지역이 모두 경기권으로 집계된 것이다. 용인 수지, 안양 동안, 구리, 성남 분당, 하남, 광명 등 서울 평균 상승률 2.15%를 웃도는 지역들은 모두 서울과 인접하거나 교통 인프라가 개선된 곳들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임대차 시장의 공급 부족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서울 거주자들의 경기권 매수 세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수는 2만 9,720건으로 집계되어 2023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3만 건 아래로 내려앉았다. 서울 내 주택 공급의 절대적 부족이 경기권으로의 수요 이동을 부추기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준서울’ 지역의 부동산 시장 가치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