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직급이나 승진 기회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는 관행이 법적으로 성차별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군 복무 경력의 유무를 기준으로 인사 제도를 운영한 사례를 심리하며, 이러한 차등 대우가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판결의 핵심은 남성과 여성의 사회 진출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군 복무라는 점에 있다. 남성에게만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이 제도가 결과적으로 여성의 승진 경로를 불리하게 만들거나, 남성의 경력 가산점을 부당하게 높여주는 구조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단순히 복무 기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이를 승진이나 직급 결정의 직접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같은 입사 연차라도 군 복무를 마친 남성이 복무 기간만큼의 가산점을 받아 여성 동료보다 빠르게 승진하거나 더 높은 호봉을 적용받는 경우, 이는 본질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적 대우로 해석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과거에는 당연시되던 ‘군필자 우대’ 관행이 현대적인 평등 가치와 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들이 인사 평가 시 복무 경력을 어떻게 반영할지 재고하도록 만들 전망이다. 단순히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과 이를 승진 가산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으며, 법원은 후자의 경우 성별 간 형평성을 해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향후 기업들은 군 복무 여부를 인사 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성별과 무관하게 개인의 업무 성과와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개편해야 할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조직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