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의 복잡한 구조물 사이에서 자석을 발판 삼아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로봇이 등장해 산업 현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는 “K조선의 경쟁력을 높일 특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네 개의 다리에 자석을 장착해 수직면과 수평면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며 용접 및 수리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이동 방식을 통해 기존에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거나 안전장비가 필요한 고난도 작업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이 기술의 가치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연결고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디든로보틱스는 최근 엔비디아의 후원을 받는 기업으로 선정되며, 그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융합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한 시뮬레이션과 실제 환경에서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로봇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 후원은 한국 로봇 기업이 가진 하드웨어적 특화 기술이 세계적인 AI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실제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는 이 로봇은 다음 달 대만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시연될 예정이다. 이번 시연은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실제 조선소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디든로보틱스는 인간형 로봇이 아닌 특정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4족 보행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준하 대표는 “지금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조선소라는 구체적인 니즈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범용성보다는 전문성에서 오는 효율성을 내세웠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는 한국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소는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이고 위험한 작업 환경이 많았으나, 자석 로봇의 도입은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정밀한 용접 품질을 유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된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기반의 고도화가 이어진다면, 이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장비를 넘어 지능형 생산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대만 시연을 통해 검증된 기술이 실제 조선 현장에 안착한다면, K조선의 기술력은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그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