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소재 기업 WG테크가 최근 글라스관통전극(TGV) 유리기판의 2단계 생산라인 투자에 착수했다. 지난 2022년 설립한 자회사 후베이 통거웨이를 통해 유리기판 사업에 진입한 지 몇 년 만에 양산 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WG테크는 초기 적용처로 인공지능 연산칩과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1.6Tbps 광모듈과 공동패키지광학(CPO)용 TGV 유리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1단계로 약 5억위안, 한화로 1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연간 10만제곱미터 규모의 라인을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복수의 고객사 검증을 완료했다. 일부 제품은 소량 공급 단계에 들어갔다. 총 12억1600만위안, 약 2500억원을 투자해 향후 생산능력을 연간 100만제곱미터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규모는 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한 1단계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 1만2000제곱미터보다 약 8배 큰 수치다. 앱솔릭스는 2단계 대규모 생산라인을 연간 7만2000제곱미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1단계 공장의 양산 안정화가 지연되며 구체적인 투자 시점과 설비 구축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도 동우화인켐과 합작법인 글라셈을 세웠으나 아직 1단계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공정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리 세정, TGV 가공, 금속화, 화학적기계연마 등 개별 공정의 설비는 대부분 확정했지만 이를 연계하는 검증이 남아 있다. LG이노텍 역시 생산라인 구축을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전처리부터 최종 공정까지 하나씩 검증한 뒤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라 라인 구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우선 설비를 구축하고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 평가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사업화 속도만 놓고 보면 중국이 앞선 상황이다.
BOE도 약 9억9300만위안을 들여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100×100mm 이상의 대면적 24층 유리기판을 제작해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제품을 고객사와 평가 중이다. TCL 자회사 CSOT는 올해 하반기 시제품 공개와 파일럿 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WG테크를 포함해 중국 내 18개 이상 상장사가 유리기판 공급망에 진입했다.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및 통신업체를 최종 수요처로 삼아 내수 시장을 겨냥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현지 전시회에서는 유리에 구멍을 가공한 샘플뿐 아니라 칩 패키징 등 후속 공정을 거친 최종 어셈블리 형태 제품까지 선보였다. 실제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 검증 기반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기술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BOE는 내년 상반기 양산라인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 업체들은 공정 안정화와 고객사 평가를 거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각국의 상반된 접근법이 유리기판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