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도로 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가 자사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의 누적 주행 거리가 10억 마일, 약 16억 킬로미터를 돌파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지구와 달을 2100 회 왕복할 수 있는 이 거리는 북미 지역에 출시된 23 개 모델, 약 75 만 대의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기술적 안전성을 입증하고 향후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 자산으로 활용될 데이터의 양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과는 GM 이 슈퍼크루즈를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차세대 자율주행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다. 회사는 2028 년 출시 예정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를 시작으로 운전자의 시선 개입이 불필요한 아이즈 오프 주행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로 기술을 확장 적용하려는 시도는 자율주행이 특정 프리미엄 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12 개월 동안 고객들이 약 2870 만 건의 주행에서 총 710 만 시간 동안 시스템을 활용하며 8 억 킬로미터를 핸즈프리 상태로 주행한 사실은 기술에 대한 시장의 수용도가 예상보다 높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활용 데이터는 기술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GM 은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등지에서 200 대 이상의 개발 차량을 투입해 공공 도로 테스트를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며, 라쉬드 하크 자율주행 부문 부사장은 이 10 억 마일 달성이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여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100 년 이상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더 많은 고객에게 고도화된 자동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가진 강점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 경쟁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한국GM 은 지난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를 통해 슈퍼크루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출시된 2026 더 뉴 에스컬레이드에도 탑재하며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국내 판매 중인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군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차세대 주행 경험을 빠르게 제공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제 주목해야 할 점은 2028 년을 기점으로 도입될 아이즈 오프 기술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가 어떻게 다음 세대의 주행 알고리즘을 완성해 나갈지다. 10 억 마일의 기록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자율주행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