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년 1 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풍경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배터리 사용량이 117.4GWh 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성장하며 시장 자체는 여전히 확장 국면임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 배터리 3 사가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가 숨어 있습니다. LG 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 SDI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29.6% 로 전년 대비 8.3%p나 하락하며 역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 것을 넘어, 시장 성장률과 기업 성과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이 현상이 투자자와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설적 상황의 핵심 원인은 미국 시장의 급격한 수요 둔화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부진에 있습니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28.4% 감소하면서 이를 주력으로 삼던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공급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LG 에너지솔루션은 0.1% 미만의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SK on 은 10.2%, 삼성 SDI 는 27.7% 까지 사용량이 급감하며 3 사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라기보다, 특정 지역 시장의 변동성에 과도하게 노출된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로 해석됩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잃은 틈을 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졌습니다. CATL 과 BYD 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한국 기업들의 상대적 입지를 더욱 좁혔습니다.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소재 기업들도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서 중국 업체들의 압도적인 성장세가 한국 기업들의 회복세를 압도하는 양상입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속도가 한국 기업들의 대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시장의 회복 시기와 중국 업체들의 추가 공세 강도입니다. 전기차 판매 둔화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트렌드 변화인지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입니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이 확보한 대규모 음극재 계약과 같은 소재 단계의 경쟁력은 향후 시장이 다시 성장할 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