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용 AI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취하는 ‘자율형 에이전트’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이 에이전트들이 회계, 조달, 공급망 등 핵심 업무 시스템에 직접 접속하고 데이터를 수정하기 시작하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실수했을 때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지, 그리고 그 결정 과정을 누가 검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기술의 성능만큼이나 ‘신뢰’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SAP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SAP 새피어 행사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두 기업은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에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런타임인 ‘오픈쉘’을 통합하는 협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에이전트가 실행되는 환경을 물리적으로 격리하고, 파일 시스템과 네트워크 계층에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에이전트 로직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인프라 수준에서 보호막을 친 셈입니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조력자에서 업무 주체로 변모하면서 요구되는 책임의 무게가 커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AI를 에너지, 칩,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이라는 5 단계 케이크로 비유하며, 최상위인 애플리케이션 단계에서 실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SAP는 전 세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리더로서, 이 최상위 단계에서 에이전트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SAP 엔지니어들이 오픈쉘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소스 코드에 기여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공동 설계의 수준으로 협력 관계를 심화시켰습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기술이 실제 기업 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입니다. 커스텀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SAP의 Joule 스튜디오를 포함한 모든 SAP AI 에이전트가 이 보안 레이어를 통해 운영된다면, 기업들은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보안과 거버넌스 문제를 별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율형 에이전트가 생산 환경의 일부로 완전히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뢰의 장벽이 먼저 허물어져야 하며, 엔비디아와 SAP의 이번 시도가 그 첫걸음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