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2026 발명의 날’은 단순한 사내 행사를 넘어 두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기술적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 행사는 지난해 출원된 3074건의 발명 특허와 프로젝트를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했는데, 특히 기존 양산 중심의 평가 체계를 넘어 글로벌 연구개발 부문을 신설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이는 두 기업이 지역별 특화 기술이 아닌 전 세계적 표준을 아우르는 통합적 R&D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심사 과정을 통해 드러난 기술 트렌드는 구체적인 제품 혁신과 직결된다. 양산 적용 특허 부문에서 무취 미생물을 활용한 냄새 방지 조성물과 차량용 배터리 냉각 시스템이 선정된 것은 전기차 시대에 필수적인 승차감과 배터리 수명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의 규제 항목을 고려한 차로 변경 전략과 연료전지 차량의 열화 성능을 회복하는 운전 방법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점은 하드웨어 성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제어와 에너지 효율 최적화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가 기준의 변화는 연구 개발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특허성, 기술 개발 선행도, 독창성을 기준으로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다양한 등급을 매겼으며, 특히 사내 인큐베이팅 활동인 i-LAB 부문까지 평가에 포함시켰다. 이는 대기업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원이 자유롭게 제안하고 이를 실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단순한 상여금 지급을 넘어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과정까지 지원하겠다는 시스템적 변화가 동반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기술 경쟁력은 이러한 내부 혁신 시스템이 얼마나 빠르게 외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글로벌 R&D 부문의 신설은 각국 연구소가 가진 고유한 강점을 통합하여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적 의지이며, 이는 향후 출시될 신차들의 기술적 차별점으로 직접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는 이러한 내부 혁신의 결과가 배터리 효율, 자율주행 정밀도, 그리고 차량의 내구성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해야 하며, 두 기업이 제시한 기술 로드맵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