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유럽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던 피에스타를 단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단순한 모델 교체 주기가 아닌,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포드 유럽 승용차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베인가르트너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언급하며, 전기차 전환과 내연기관 유지라는 이중 투자 부담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습니다. 과거에는 한 모델이 수백 대를 팔며 수익을 내면 충분했지만, 현재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모두 개발해야 하는 비용이 기업 재정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 구조의 변화는 시장 환경의 분열과 맞물려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25 년 전 폭스바겐 골프가 유럽에서 68 만 대를 팔던 시대와 달리, 현재는 다치아 산데로가 25 만 대 수준에 머무르며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각 세그먼트별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과거처럼 단일 모델로 막대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포드는 피에스타와 포커스 같은 기존 모델의 단종을 통해 자원을 집중하고, 2026 년부터 2029 년 사이에 유럽 시장에 투입할 5 가지 신모델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새롭게 등장할 라인업은 두 대의 소형 전기차와 다양한 동력원을 갖춘 두 대의 크로스오버, 그리고 유럽 전용 브론코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특히 브론코는 하이브리드와 완전 전기차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이는 포드가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동력 기술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반영합니다. 베인가르트너는 현재 폭스바겐, 코흐 가족, 르노를 비롯해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Almussafes 공장을 포함한 생산 거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 차원의 협력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포드의 이번 조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겪고 있는 과도기적 혼란을 잘 보여줍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모든 제조사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포드는 과감한 라인업 정리와 파트너십을 통해 이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향후 포드가 유럽 시장에 투입할 신모델들이 실제 어떤 디자인과 성능으로 등장할지, 그리고 기존 파트너십이 어떻게 구체적인 생산 체계로 이어질지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이는 포드만의 전략을 넘어, 유럽 전체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나갈지에 대한 중요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