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의 가장 큰 비효율 중 하나는 병원 간 정보의 단절이었다. 환자가 2 차 병원에서 3 차 병원으로 전원될 때, 혹은 퇴원 후 다시 동네 병원을 찾을 때 진료 기록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거나 처방 이력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환자는 사실상 병원 간 협력 부재를 메우는 운반자 역할을 하며, 의뢰부터 회송까지의 과정에서 진료 정보가 교류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직접 체감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공지능이 진료 기록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전원을 자동화하는 기술이 하반기에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이 시연한 가상의 환자 시나리오는 기존 의료 전달체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인공지능이 실시간 음성 인식을 통해 문진을 구조화하고, 급성 뇌졸중과 같은 진단을 내린 뒤 전원 사유와 필요한 검사 기록, 영상 판독지까지 포함된 의뢰서를 자동으로 작성한다. 담당 의사가 요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근 3 차 병원으로 정보가 전달되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수 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서 자동화를 넘어,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부담을 기술이 대체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 실험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보건의료 전주기 인공지능 전환 스프린트 사업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역 책임의료기관과 권역 책임의료기관 간의 진료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의무기록과 의료영상 저장 전송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직접 연동하는 실증 작업이 진행된다. 서울, 경기, 강원, 전남 등 3 개 권역의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되며, 참여 병원에는 국가 그래픽처리장치와 전용망이 지원된다. 과거에는 고가의 전산 장비를 직접 구매해 설치해야 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프라를 통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며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응급환자의 전원 과정에서 시간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처럼 시간이 생명인 질환에서 의료 기록의 즉시 공유는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폭 확장될 예정인 만큼, 인공지능이 의료 시스템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단단하게 묶어낼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을 넘어, 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지 여부가 향후 의료 질 향상의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