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6 년 만에 전면 단장한 양재 본사 로비가 단순한 공간의 변화를 넘어 산업 구조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다. 1 월 라스베이거스 CES 2026 에서 공개된 미래 비전을 실제 사옥 로비에 축소판으로 구현한 이 시도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 중심에서 AI 로보틱스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이동하고 있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로비가 차량을 전시하거나 임직원들의 통행로로만 기능했다면, 이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고 서로 협업하는 미래 업무 환경의 테스트베드로 재탄생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로봇 3 종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모습이다. 조경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 카페에서 각 층 픽업존까지 음료를 배달하는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 그리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 족 보행 로봇을 기반으로 개발된 순찰 로봇 스팟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특히 달이 딜리버리는 최대 16 잔의 음료를 동시 배송하며 주문자의 얼굴을 인식해 정확한 위치로 배달하는 기술을 시연한다. 이는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한 환경에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능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도입을 뒷받침하는 것은 통합 관제 시스템 나콘과 얼굴 인식 보안 시스템 페이시다. 나콘을 통해 로봇의 위치, 상태, 충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으며, 페이시와 연동된 로봇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사용자를 식별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개발 경험을 로보틱스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첨단차플랫폼(AVP) 본부로 이관되면서 조직 문화와 기술 개발이 융합된 개방형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언급한 대로 양재는 좋은 재주를 가진 인재가 일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임직원들이 로봇과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기술 경쟁력을 체감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열린 광장을 조성하려는 시도다. 2024 년 5 월 착수해 1 년 11 개월 만에 완성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로봇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기반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이 테스트베드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용 로봇 기술을 어떻게 확장할지, 그리고 이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경계가 어떻게 넓어질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