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이 80점에서 60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당초 높은 통과 점수로 인해 진입이 불투명했던 기존 수입 브랜드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작 한국 시장 진출을 꿈꾸던 신규 브랜드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진입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정부의 최종안 발표는 단순한 점수 조정이 아니라,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성숙도를 기준으로 삼아 누가 혜택을 받을지 가르는 엄정한 필터링 과정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와 BYD 같은 기존 강호들은 이번 기준 변경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해외 본사의 연구개발 투자 실적을 국내 법인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기술개발 역량 항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는 국내에 진출한 지 5 년이 넘어서 사업 지속성 부분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BYD 는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정비망을 통해 구축 현황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두 브랜드는 60 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턱걸이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에 쌓아온 인프라가 곧바로 보조금 수혜로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했다.
반면 지커나 샤오펑 같은 중국발 신규 브랜드들은 사실상 보조금 수혜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국내 보급사업 수행 기간이 3 년 미만이라 지속성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승용차 기준 최소 15 개소 이상의 정비망과 사고 관련 보험 가입, 고객상담센터 운영 등을 단기간에 구축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화된 화재 대응 매뉴얼과 사이버 보안 평가까지 더해지자, 국내 운영 데이터가 부족한 신규 업체들에게는 입증이 쉽지 않은 과제가 쌓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이 사실상 신규 수입 브랜드의 진입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하지만,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공감되나, 중국 신규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배제하면 향후 무역 보복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규 브랜드도 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향후 통상 문제에서 방어 논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특정 브랜드 배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국내사도 기준 미달 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후관리망이 미흡한 업체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형평성 조정이 통상 마찰로 이어지지 않을지, 그리고 신규 브랜드들이 어떻게 이 높은 장벽을 넘을지다. 기후부 관계자는 사후관리망이 미흡하거나 소비자 불만이 많은 업체는 확실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으며, 이는 향후 전기차 시장이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서비스와 신뢰도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60 점이라는 문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전기차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하며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임 기준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