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 2035’를 표방하며 매년 개최해 온 국제 e 모빌리티 엑스포가 그 명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본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국제 무대로 기획되었으나, 최근 열린 제 13 회 행사에서는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부재가 두드러지며 ‘동네 행사’라는 수식어를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전기차라는 메인 테마를 내세웠음에도 현대차나 기아차 등 국내 대표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강세 기업들의 참여가 뜸해 행사 전체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위상 하락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뿐만 아니라 수치상의 불일치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직위원회는 공식 보고서에서 30 개국 1 만 명의 참관객과 200 여 개사의 참여, 160 개 부스 운영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현장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참여 기업은 50 여 개사에 불과했고 부스 수도 100 개를 채우지 못했다. 참관객 수 역시 1 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조직위가 매번 공언하는 ’50 개국 500 개 기업’이라는 수치는 실제 성과보다는 마케팅용 카피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했다. 이는 행사가 13 회를 맞이하는 동안 쌓아온 운영 노하우의 부재와 업무 지속성의 결여가 행사 질을 떨어뜨린 결과로 해석된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행사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도는 매년 행사에 수억원 규모의 민간행사사업보조금을 지원해 왔으며, 올해만 해도 4 억 3 천여 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보조금의 사용 내역을 증빙하는 ‘보탬 e’ 시스템에 자료는 업로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업예산에 대한 정산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7 월 개최된 12 회 행사의 보조금 결산 작업조차 증빙 자료의 부실함으로 인해 완료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2026 년 행사 지원 여부를 결정할 기준이 모호해진 상황이다.
제주도청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향후 지원 정책을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조직위가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보다는 독자적인 행사 진행에 치중해 왔고, 핵심 기업 유치에 실패한 점을 고려해 내년 사업의 경우 심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지원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 만큼, 국제 e 모빌리티 엑스포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산업적 정당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향후 행사가 실질적인 산업 교류의 장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지자체의 지원 없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지는 오는 2026 년 행사 결과와 결산 자료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