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지프와 램을 포함한 12 개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가 중국 동풍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보야와 프랑스 르네 공장에서 합작 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 계약이 아니라, 유럽연합이 부과하는 최대 35% 에 달하는 추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중국 자동차 업계의 전략적 대응이 구체화되는 순간입니다. 이미 스텔란티스는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중국 레오퍼터의 전기차 생산을 진행하며 이 같은 모델을 검증한 바 있으며, 이번 프랑스 르네 공장 가동은 그 성공 사례를 확장하는 결정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프랑스 르네 공장은 과거 연간 40 만 대 생산 능력을 자랑했으나, 현재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생산으로 인해 가동률이 3 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스텔란티스는 이 유휴 설비를 활용해 보야의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며, 최대 3 개 라인까지 수용 가능한 이 공장은 동풍과 보야의 유럽 진출 거점이 될 것입니다. 중국 측에서는 보야 차량을 프랑스에서 조립해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대신, 동풍은 중국 내에서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와 지프 차량을 생산하는 상호 호혜적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양측이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전략적 제휴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 조립을 선택한 배경에는 무역 장벽을 피하고 현지 브랜드로서의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었으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면 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레오퍼터와의 협력을 통해 폴란드와 스페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경험하며 이 프로세스를 숙지했습니다. 특히 레오퍼터의 경우 초기 폴란드 생산이 중단된 후 스페인 공장으로 이전하여 B10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 보야와의 협력은 이러한 ‘중국 기술, 유럽 생산’ 모델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유럽 내 전기차 공급망 재편에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중국 브랜드가 단순히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제조 기반을 구축하며 유럽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텔란티스 입장에서는 유휴 공장을 가동시켜 고정비를 절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파트너의 기술력을 흡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됩니다. 앞으로 보야의 프랑스 생산 모델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 반응을 얻는지, 그리고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이 모델을 따라 현지화 전략을 펼칠지 여부가 유럽 전기차 시장의 향후 경쟁 구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