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막 폐차의 물결이 시작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위주로 폐차 처리가 논의되었으나, 최근 폐수소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산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408억원을 투입해 폐수소차 핵심부품 재사용 및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정확히 포착한 조치다.
폐수소차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고압 수소저장용기와 연료전지 스택 등 특수 부품을 탑재하고 있어 단순 해체만으로는 그 가치를 다할 수 없다. 특히 연료전지 스택과 구동모터에는 백금과 희토류 같은 고가치 핵심광물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어떻게 회수하느냐에 따라 자원 안보의 성패가 달려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잔류수소 안전 제거 기술부터 수소저장용기 재사용 발전시스템 개발, 그리고 폐구동모터 내 희토류 고순도 추출 기술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순환 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수명이 남은 연료전지 스택이나 수소저장용기는 건설 현장이나 도서 지역, 선박 등에서 독립형 발전기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는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도 경제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폐차 단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또한 전기차 구동모터와 유사한 영구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공정은 향후 급증할 폐전기차 처리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국내 수소차 누적 보급 대수는 2021년 1만 9천 대에서 2025년 4만 5천 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역시 같은 기간 22만 대에서 89만 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대량으로 폐차될 차량들이 단순 폐기물이 아닌 미래 자원으로 재평가받게 되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폐수소차를 미래자원으로 규정하며 연구 개발 성과가 현장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기술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되느냐다. 폐차된 수소차에서 나오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이나 에너지원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이번 투자가 단순한 보조금 성격을 넘어, 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로 자리 잡을지 여부는 향후 3 년간의 기술 개발 성과와 시장 반응에 달려 있다. 폐수소차 처리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원 전쟁의 한 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