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도로 위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핸들 뒤에 사람이 앉아 있지 않은 자동차들이 서서히 일상을 채우기 시작했지만, 정작 이들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불법 유턴을 할 때 경찰이 누구에게 딱지를 떼야 할지 난감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막막함은 사라집니다.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이 7 월부터 시행하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그 책임이 직접 제조사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가 지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벌금 부과 방식을 바꾼 것을 넘어, 기술 발전의 다음 단계인 ‘책임의 명확화’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거나 법규를 어겨도 운전자가 없으니 처벌할 대상이 모호했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정전 사태나 산브루노에서의 불법 유턴 사례처럼, 실제 도로에서 발생한 혼란들이 쌓이면서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새로운 규정은 경찰이 자율주행차 제조사에 ‘불이행 통지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미국 내 가장 포괄적인 자율주행 차량 규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조사가 요구하는 대응 속도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비상 구역에 진입하거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제조사는 30 초 이내에 경찰이나 구급대원의 호출에 응답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거나 차량이 비상 구역을 침범할 경우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이는 단순히 차량 하나하나의 과실을 따지는 것을 넘어, 기술을 운영하는 기업이 사회적 안전망의 일부로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를 묻는 신호입니다. 기술의 혁신이 안전을 해치지 않으려면, 그 기술을 만든 기업이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서야 한다는 논리가 현실화되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율주행 기술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만약 위반이 의도적이고 쉽게 수정 가능한 문제라면 법규를 강화해 운영을 중단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드물게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라면 일정 임계치를 허용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없다’는 사실이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이번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그 데이터가 어떻게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미래 도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