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손잡기입니다. 두 기업이 2028 년형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구체화하며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동맹의 성격이 짙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부터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함께 벤츠 수뇌부를 연이어 만나며 협력을 주도한 배경이 주목받습니다. 이는 과거처럼 사업장 점검이나 단순 계약 체결에 그치던 해외 출장의 형태가, 상대국 최고위층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국가 단위 인프라 협상으로 진화한 최근의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잘 보여줍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적 호환성과 시장 규모 때문입니다. 벤츠는 자사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MMA(Mercedes Modular Architecture) 를 기반으로 한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이 플랫폼은 각형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삼성SDI 는 이미 각형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내 생산 거점이나 전용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는 LG 에너지솔루션이 토요타를 위해 미국 미시간 공장에 전용 라인을 마련한 사례와 유사한 전략입니다. 유럽 내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던 벤츠 입장에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SDI 와의 협력은 공급망 다변화와 원가 통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수십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수주가 예상되며, 계약 기간이 7~10 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수주 금액이 10 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양사가 향후 10 년간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특히 ACC 와 같은 합작사를 통해 유럽 내 각형 배터리 생산을 시도했으나 생산 지연과 비용 상승에 부딪혔던 벤츠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SDI 의 참여는 벤츠의 전기차 전략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구체적인 생산 거점 선정과 실제 계약 체결 여부입니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등 유럽 내 여러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어느 지역에 대규모 라인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유럽 내 공급망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2028 년 출시 예정인 A 클래스급 전기차 등 MMA 플랫폼 기반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가 실제로 탑재될지 여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가르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번 삼성SDI 와 벤츠의 만남은 단순한 뉴스 한 줄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