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권에서 ‘제조 능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다시금 화두가 되면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장 가동이 멈춘 것을 넘어, 해당 기술을 유지하고 전수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사라진 상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레이시온의 스팅어 미사일 생산 재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2023 년 파리 에어쇼에서 레이시온 회장은 카터 행정부 시절의 도면으로 미사일을 다시 만들기 위해 70 대 엔지니어들을 다시 불러모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테스트 장비는 창고에 방치된 지 오래였고, 노즈 콘은 여전히 40 년 전과 똑같이 수작업으로 부착되었습니다. 20 년간 새로운 미사일을 구매하지 않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갑자기 수요가 폭증했지만, 생산 라인은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전자 부품은 구식이 되었고, 탐지기는 단종 상태였습니다. 2022 년 5 월 발주된 물량이 실제 납품까지 4 년이 걸린 이유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아는 사람들이 10 년 전에 은퇴하고 후속 인력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방산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 1 년 내 100 만 발의 포탄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을 때, 실제 생산 능력은 연간 23 만 발 수준에 그쳤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하루 5,000 에서 7,000 발을 소모하는 상황에서 이 약속이 얼마나 무리였는지는 계산기만 돌려도 알 수 있었지만, 실제 납품량은 공약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9 개국 11 개 매체의 조사 결과, 실제 생산 능력은 공식 발표치의 3 분의 1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성 추구가 장기적인 생산 역량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핵심 문제는 인공지능 그 자체라기보다, 조직이 즉각적인 수익을 내지 않는 인력과 여유분을 제거한 뒤에도 해당 지식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 관리 방식에 있습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은 주니어 인력 채용을 줄이고, 숙련된 엔지니어가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조직적 여유를 없앱니다. 그 결과 암묵적 지식은 전수되지 못하고, 문서화와 자동화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문서가 현장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자동화가 판단력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맞대응해 본 경험이 없는 인력이 조직에서 사라지면, 암묵적 지식은 결국 소실되고 생산성은 하락하게 됩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생산성은 이미 충분하지만, 마케팅의 초점은 인력 감축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이 과거 단기적인 재무 최적화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며 장기 역량을 비워버린 사례처럼, 현재의 의사결정권자들은 문서, 도구, 프로세스로 암묵적 지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암묵적 지식은 시간이 흐르며 실제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한 경험에서 나옵니다. 학습 파이프라인과 실제 인력이 제거되면 그 지식은 조직에 남지 않고 사라집니다. 지금 주목받는 이 흐름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기술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의 붕괴를 경고하는 신호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