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이상 거래를 차단하는 장치로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시사하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오히려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발표한 ‘2025 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주식시장처럼 급격한 가격 변동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올해 2 월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이러한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벤트 당첨금을 원화 대신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62 만 개가 과다 지급되었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9800 만원에서 8100 만원까지 급락하며 약 10 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경험이 배경에 있다.
하지만 웹3 전문 리서치 기업인 타이거 리서치는 14 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자금의 유동성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어 거래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코인베이스 등 해외 거래소의 시장은 계속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와 해외 거래소 간 가격 괴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거래가 재개될 때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디지털자산 가격의 낙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불이 난 건물에서 비상구 하나만 잠그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하며, 발이 묶인 국내 투자자들만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소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사전 통제’ 장치 마련이 서킷브레이커 도입보다 더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급격한 변동성을 막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연동된 가상자산의 특성상 단순한 제도 이식보다는 보다 정교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