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 년 사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직면한 규제 압력이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 기업은 장기간의 분쟁 끝에 핵심 결합상품의 분리를 약속했고, 다른 한 기업은 디바이스 연동 전략을 수정하며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는 번들링 전략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왜곡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창훈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번들링 논쟁을 분석하며, 한국 공정위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거대 기술 기업들이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강제로 묶어 판매할 때 중소형 경쟁자들은 시장 진입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 모델이 클라우드 인프라나 단말기와 결합되어 제공될 때, 소비자는 사실상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기술 혁신 속도가 둔화될 우려가 크다.
현재 한국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서비스 확장이 본격화되는 과도기에 있다. 만약 국내 규제 당국이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분리 판매 원칙이나 개방형 인터페이스 요구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 남용 사태를 막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판매 방식 문제를 넘어,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앞으로 한국 공정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내 AI 생태계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선례를 참고하되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 프레임워크를 조기에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기를 놓치면 거대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가 고착화되어, 이후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결정이 향후 10 년간 한국 기술 산업의 경쟁 구도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