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지 오래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더라도 주유소 가격이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당분간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단순히 전쟁이라는 변수 하나만으로 유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의 물리적 병목 현상이 가격 하락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하는 공급 병목 현상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곳의 통제 불안정은 글로벌 유가 흐름에 즉각적인 충격을 준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원활해지더라도, 이미 왜곡된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막힌 수도관을 뚫었다고 해서 바로 물이 가득 차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시장이 반응하는 속도가 실제 물리적 공급 회복 속도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내부의 상황도 유가 안정화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의 주요 정유 시설들이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역 내 휘발유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주당 0.25 달러 상승하여 갤런당 4.55 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 달러 아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제된 연료의 공급 부족이 가격 하락을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갤런당 3 달러 대의 저렴한 유가를 보려면 단순한 휴전 협정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미국 내 정유 시설의 가동 정상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비로소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있다. 향후 몇 주 동안 중동 지역의 외교적 합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기대감이 좌우되겠지만, 실제 주유소 가격의 변화는 훨씬 더 완만하고 더디게 나타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높은 유가 체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