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5.2%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국 채권 시장까지 연일 치솟는 금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경제권의 국채 금리도 예외 없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단순한 미국 내 현상이 아닌 전 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채권 시장의 혼란은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비롯한 주요국 채권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불확실성이 닥칠 때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채권 금리의 급등은 곧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자산 가치 평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특히 장기 금리가 5.2%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물론, 주택 담보 대출 금리 등 실물 경제 전반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주요국들이 연일 금리 상승을 겪고 있다는 점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도 새로운 변수를 던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지, 아니면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선을 그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의 채권 포비아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전쟁의 장기화 정도와 인플레이션 지표의 향방에 달려 있다. 만약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종결되거나 물가 상승세가 꺾인다면 금리 상승세는 주춤할 수 있으나,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이제 안전자산이라 믿었던 채권조차 변동성의 중심에 서 있음을 체감하며, 자산 배분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