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막바지’ 단계라고 평가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최대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를 둘러싼 양국의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 21일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미국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우라늄의 해외 반출 금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확보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합의를 능가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라늄을 이란 내에 남겨두고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안보다는, 440㎏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직접 확보함으로써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 특히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여론을 잠재우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행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이란 정권에게 미국으로의 우라늄 반출은 단순한 양보가 아닌, 핵무기 보유 잠재력을 상실하는 ‘항복’과 같은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된다. 북한과 달리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의식한 이란은 핵 잠재력을 자국 영토 내부나 우방국 영역 안에 유지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른 핵 쟁점에서는 국제사찰을 전제로 한 평화적 핵 활동 허용이나 20년 선의 농축 유예 기간 설정 등 타협 가능성이 감지되지만, 우라늄의 물리적 이동 여부를 두고는 양측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압박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기 종전 선언은 필수적인 정치적 과제가 되었으나, 고농축 우라늄 확보는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미국이 이란의 반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협상은 막바지라는 선언과 달리 실질적인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향후 양국이 이 레드라인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중동 지역의 핵 정세와 미국 외교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