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구조가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경고가 거시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동철 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의존도보다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수출 비중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성장 동력이 한곳에 집중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 그리고 세수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전 원장은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경우 명목성장률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의 변동성이 전체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대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한 산업의 부침이 국가 전체의 경제 건강도를 결정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편중 현상은 재정 운용에도 신중함을 요구한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초과 세수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무분별하게 배분하거나 지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전 원장은 초과 세수를 마치 샴페인처럼 즉각적으로 터뜨리기보다는,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 맞춰 재정을 운용할 경우,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재정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경기 부양책을 논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산업의 과열이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지출 확대는 경제 불안정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거시경제 통제는 단순히 숫자상의 성장률만 쫓기보다는 산업 구조의 균형과 물가 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 원장의 핵심 논지다.
이번 지적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라는 한 기둥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향후 경제 정책 수립 시에는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을 어떻게 완화할지, 그리고 다른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대어 만든 재정 여력이 오히려 경제 구조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