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발표한 정년 연장 관련 설문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8.3%가 만 65세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 사회 진입과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얼마나 넓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책의 전면에 나선 찬성 분위기와 달리,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줄여버릴 수 있다는 ‘일자리 잠식’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많은 청년이 노년층의 고용 유지 기간이 길어지면 신규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점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청년층의 반응은 단순히 정년 연장 자체를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 고용 안정을 위한 선결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즉, 정년을 늘리기 전에 청년 고용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후에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중장년층과, 취업 문이 좁아진 현실을 체감하는 청년층의 이해관계가 정점과 기저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사회 구성원 각자가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년 연장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득 공백을 우려하는 노년층의 절실함과, 미래 고용 시장을 걱정하는 청년층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두 가지 상반된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고용 시장의 변화와 연금 제도의 개편 방향이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간 고용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패키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찬성 비율이 높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청년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