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입수된 경제 데이터는 성장, 물가, 금융 안정 측면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게 수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가 크지 않은 현 시점이 금리 조정의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물가의 상승세가 소비자물가 지수를 웃돌면서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 총재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정부의 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 충격과 수요 측 압력으로 인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물가 상승 부담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전가되는 경향이 있어, 선제적인 물가 안정 노력이 취약계층의 부담을 막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정정책을 통한 선별적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모든 부채 부담을 해결하기보다는 거시적 안정에 집중하고, 구체적인 어려움은 재정 수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 안정성에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으며 추가 상승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증시에서 활발한 빚투 현상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가격 조정 시 개인 손익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시장 전망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원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지만, 중동발 지정학적 충돌 등 변수에 따라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재정 여력과 기업 재무 여건을 바탕으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으로 기념식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