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8 년 만에 중국 베이징 모터쇼를 직접 찾은 것은 단순한 의전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2018 년 이후 첫 방문인 이번 행보는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 이어 2 년 연속 중국 주요 무대를 밟는 것으로,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단순한 판매 거점이 아닌 기술과 생태계를 확인해야 할 핵심 전장으로 재정의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질적 변화가 과거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전시장을 순회하며 중국 업체들이 보여준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된 경쟁력을 직접 점검했다. 특히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전기차들의 위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대차가 2016 년 114 만 대에 달했던 중국 판매량이 사드 사태 등을 거치며 지난해 13 만 대로 급락했던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기술 기반 위에서 재도약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 를 공개하며 중국 시장 공략 의지를 명확히 했다. 아이오닉 V 를 시작으로 향후 5 년간 20 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연간 판매량을 50 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숫자 달성이 아니다. 이는 중국이라는 가장 어렵고 치열한 시장에서 현지화된 전략과 제품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동시에, 글로벌 판매 톱 3 위를 유지하며 성장해 온 현대차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장재훈 부회장이 언급한 대로 중국은 많이 배우고 얻어야 할 시장이며, 가장 어려운 난관일수록 성공을 만들 때 그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이번 방문은 정의선 회장이 구상하는 그룹의 미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정 회장은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AI 기반 모빌리티 및 로보틱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CES 2026 에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생태계 전략을 공개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엔비디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은 하드웨어 중심의 생산에서 소프트웨어와 AI 가 주도하는 생태계 확대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모터쇼 방문 역시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전기차와 수소, SDV, 로보틱스, AI 를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현대차가 어떻게 현지 기술과 협력하며 생태계를 확장할지 가늠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현대차가 제시한 2030 년까지 연간 50 만 대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 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수출 모델이 아닌 현지 기술과 공급 생태계를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방문은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는 차원을 넘어,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떻게 새로운 기준을 선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