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98만 평에 달하는 평택 사업장의 시계는 멈춰 있었지만, 이제는 7월로 예정된 P5 팹2 착공 소식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23년 반도체 부문이 15조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하며 공장 공사가 8개월여나 지연되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 변화는 단순한 일정 조정을 넘어선 시장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적자 폭이 컸던 시기에조차 ‘없어서 못 팔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몰리는 현실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급변의 배경에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새로운 수요 구조가 있다.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생산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평택 사업장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추가해 이 흐름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1년 전에는 멈춰 있던 공사가 다시 가동되는 것은, 기업 내부의 판단이 시장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고도 민감하다. ‘바닥 100 일, 천장 3 일’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 주가와 산업 전망이 급등락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이번 결정은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지지를 제공한다. 평택 사업장의 마지막 라인인 P5 팹2가 착공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설비 확장을 넘어 반도체 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 1 기 팹 클린룸 개장 시점이 내년으로 잡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평택 공사는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공급 확대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공사가 얼마나 빠르게 가동되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느냐다. AI 발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경쟁사들의 대응 속도는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 7 월 착공이 확정된 P5 팹2 는 단순한 뉴스거리가 아니라, 향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제 시장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생산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하여, 15 조 원 적자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