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에 대한 절박함이 글로벌 모빌리티 거인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8.7% 에 달하는 홍콩이 2024 년 수소 로드맵을 발표하고 뉴 에너지 트랜스포트 펀드를 조성한 배경에서 현대차그룹이 주도하는 대규모 다자간 업무협약이 체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차와 현대건설, 제아이엔지가 참여해 총 10 개 기업과 손을 잡은 이번 협약은 단순한 차량 공급을 넘어 수소 생산, 저장, 충전,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밸류체인을 홍콩에 구축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핵심은 홍콩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가용 부지가 극히 제한된 도시 국가에 기체 수소충전소보다 단위 부피당 저장 효율이 높은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인 타당성이 높다. 특히 매립지 가스를 활용해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모델인 W2H 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현지 에너지 수급 구조와 환경 정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적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이 시설 설계를, 제아이엔지가 충전소 구축을 담당하며 현대차가 전체 생태계를 총괄하는 분업 구조는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홍콩 시장의 반응은 이미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지 기업인 홍콩중화가스, 비올리아, 춘워버스 등 7 개 파트너사가 합류한 것은 수소 모빌리티 상용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다. 특히 춘워버스가 참여함으로써 수소 버스 등 대중교통 분야에서의 초기 수요 창출이 예상되며, 이는 수소 인프라 구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수소 기술 역량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생태계를 조율할 계획이며,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산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투자로 해석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26 년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을 기점으로 실제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가동되느냐다. 액화수소충전소의 실제 운영 성과와 W2H 모델의 경제성이 입증되면, 홍콩은 아시아 지역 내 수소 모빌리티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전주기 밸류체인 구축 노하우는 향후 중동이나 유럽 등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수소 시장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의 홍콩 전략은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글로벌 수소 생태계 표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