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소형 SUV인 ‘베이비 G’가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될 것이라는 초기 계획이 무산되고 내연기관 모델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 변화의 핵심 동인은 미국 시장의 딜러들이 보인 강력한 반발이었다. 벤츠는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 모델을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으로 기획했으나, 북미 지역 딜러들이 내연기관 버전의 병행 출시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이는 단순히 엔진 유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수용도가 지역별로 얼마나 큰 편차를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제 미국 딜러들은 신차 사전 견본을 확인한 후 “내연기관 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메르세데스-AMG 의 마이클 슈비베 최고경영자는 북미 딜러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며, 충분한 출력을 갖춘 내연기관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이는 벤츠가 전 세계적으로 전동화를 추진하면서도, 인프라와 소비자 선호도가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유연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불균형과 주행 거리 불안감으로 인해 내연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현재 G 클래스가 기록 중인 폭발적인 판매량과도 무관하지 않다. 2025 년 기준 G 클래스는 출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약 5 만 대를 판매하는 등 브랜드의 아이콘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벤츠는 이러한 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더 작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베이비 G’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만으로는 이 거대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딜러들의 요구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실제 판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벤츠가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전기 구동으로 테스트되었으나, 최종 양산 모델은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모두 탑재하게 된다. 이는 벤츠가 전동화 전환기를 거치며 ‘원 사이즈’ 전략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각화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G 클래스의 DNA 를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주행 환경과 예산에 맞춰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되며, 이는 향후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동화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