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월 21 일 새벽 발표된 엔비디아의 실적은 한국 증시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전날 장중 코스피가 7053 포인트까지 하락하며 7000 선 붕괴 직전의 위기를 맞았으나, 엔비디아의 매출과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8.42% 폭등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이 날 코스피는 600 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5 월 15 일의 폭락분을 단 하루 만에 대부분 만회했고, 코스닥 역시 4.99% 급등하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게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수 상승 이면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시장의 심리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외국인은 엔비디아 호실적 발표 당일에도 선물 시장에서 매도 베팅을 늘렸고, 다음 날인 22 일에는 현물 매도를 본격화하며 2 조 원 가까이 순매도세를 보였습니다. 5 월 7 일부터 22 일까지 12 거래일 연속 매도를 이어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6 조 원을 넘어서며,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를 막아내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 원대를 다시 돌파한 점도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외국인의 매도분을 상쇄하며 시장을 지탱한 주체는 개인 투자자였습니다. 5 월 15 일 사상 최대인 7 조 원 이상의 일일 순매수를 기록한 데 이어, 19 일의 폭락 구간에서도 개인은 5 조 원 이상을 매수하며 시장의 하단을 받쳤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매수세가 빚을 동원한 거래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신용잔고가 36 조 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예탁금은 한 주 사이 10 조 원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현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빚투 잔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신용잔고를 예탁금으로 나눈 비율이 30% 에 근접한 것은, 지수가 다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취약한 자금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5 월 28 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신현송 총재의 첫 통화정책 결정 회의인 만큼, 신 총재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라는 어려운 조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가 하반기 시장 흐름을 가를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날 밤 발표될 미국 4 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좌우할 핵심 지표로, PCE 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식으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한 회사의 실적에 의존했던 지난주 반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통위와 연준의 정책적 신호가 시장의 자금 구조 개선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